다리 떨면 복 나간다? — 몸에 관해서는 오히려 반대 근거가 있습니다
BaroSit · 2026-07-28 · 📝 블로그
회의 중에 다리를 떨다가 눈총을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어릴 때부터 “다리 떨면 복 나간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탓에, 우리는 이걸 고쳐야 할 버릇으로 취급합니다. 복이 나가는지는 연구할 방법이 없지만,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실제로 관찰된 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우리가 배운 것과 좀 다릅니다.
1. 오래 앉기의 위험이, 꼼지락거리는 사람들에게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국에서 여성 약 1만 명을 평균 12년간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과 함께 “평소 얼마나 꼼지락거리는지”를 물어두고, 이후 사망률과의 관계를 본 연구예요.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하루 7시간 이상 앉는 사람의 사망위험이 5시간 미만인 사람보다 높게 나타나긴 했는데, 그건 “거의 꼼지락거리지 않는다”고 답한 집단에서만 그랬습니다(위험비 1.30, 95% 신뢰구간 1.02~1.66). 꼼지락거림이 중간이거나 많은 집단에서는 오래 앉는 것과 사망위험 사이의 연관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통계적으로도 두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신호가 확인됐고요(상호작용 p=0.04).
같은 시간을 앉아 있어도 결과가 갈렸다는 이야기입니다.
2. 몸에서 그럴듯한 설명도 나왔습니다
왜 그럴 수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 11명을 3시간 앉혀 두고, 한쪽 다리만 1분 움직이고 4분 쉬기를 반복하게 했습니다. 반대쪽 다리는 그대로 두고요. 같은 사람 안에서 두 다리를 비교하니, 생활습관이나 체질 같은 변수가 끼어들 여지가 적은 설계입니다.
3시간 뒤, 가만히 둔 다리는 혈관 기능 지표가 4.5%에서 1.6%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이따금 움직인 다리는 3.7%에서 6.6%로 오히려 좋아졌어요. 다리를 움직이는 동안 그쪽 혈류가 크게 늘었다가 1분 안에 원래대로 가라앉는 것도 관찰됐습니다. 오래 앉아 있을 때 다리 혈관에 생기는 문제가,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상당 부분 비껴간 셈입니다.
3. 그렇다고 “떠세요”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기서 정직하게 멈춰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첫째, 꼼지락거림을 잰 방법이 거칩니다. “1~10점 중 얼마나 자주 꼼지락거립니까”라는 단 한 문항이었어요. 논문 저자들 스스로 이걸 “명백한 한계”라고 적었고, 단일 문항 측정의 타당성은 가정할 게 아니라 앞으로 입증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둘째, 그 연구가 잰 것은 정확히는 ‘다리 떨기’가 아니라 자세와 무관한 전반적인 꼼지락거림입니다. 저자들도 앉아서 하는 움직임과 서서 하는 움직임을 구분해 재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고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통념은 ‘앉아서 다리 떨기’인데, 근거는 그보다 넓은 행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셋째, 이 연구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했고, 관찰 연구라 원인과 결과를 확정하지 못합니다. 저자들이 남성을 포함한 재현 연구를 요청해 둔 상태예요. 3시간 실험 쪽도 11명을 대상으로 혈관 지표를 본 것이지, 오래 살았는지를 본 게 아닙니다. “1분마다 움직이라”는 것도 실험 설정이지 처방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 “다리를 떨면 건강해진다”까지는 근거가 못 미치고, “오래 가만히 있는 쪽이 문제”라는 방향은 여러 연구가 같은 곳을 가리킨다. 적어도 몸을 이유로 그 습관을 억지로 고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4.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될까
원래 떠는 편이라면 — 건강을 이유로 참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게 이따금 일어서는 것을 대신해 주지는 않아요. 근거가 더 단단한 쪽은 여전히 자세를 바꾸고 움직이는 쪽입니다.
떨지 않는 편이라면 — 일부러 떨기를 연습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연구들은 “떨게 만들면 좋아진다”를 시험한 적이 없으니까요. 대신 같은 결론의 더 확실한 버전을 택하면 됩니다. 한 시간에 한 번쯤 일어서기, 발목이라도 몇 번 움직이기.
옆자리가 신경 쓰인다면 — 그건 연구가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건강과 예절은 다른 문제이고, 이 글은 앞쪽만 다룰 수 있어요.
결국 물어볼 것은 “떨까 말까”보다 “내가 얼마나 오래 그대로 있었나”에 가깝습니다. 다리를 떠는 사람이 유리했던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고 오래 앉아 있던 사람이 불리했던 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BaroSit(바로씻)이 보는 것도 자세가 예쁜지가 아니라, 한 자세가 얼마나 오래 그대로였는지입니다. 오래 이어지면 알려드리고, 그때 무엇을 할지는 크게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 관심 있으면 barosit.com 에서 둘러보세요.
앉아 있는 시간과 움직임에 대한 근거는 barosit.com/science 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출처
• Hagger-Johnson et al., 2016 · Am J Prev Med 50(2):154–160 — UK Women's Cohort Study, 분석 표본 10,937명(응답 12,778명)·사망 577건·평균 12년. 낮은 꼼지락 군에서만 7시간+ 앉기의 위험비 1.30(95% CI 1.02–1.66), 중간 0.75(0.44–1.29)·높은 군 0.76(0.50–1.15)은 연관 없음, 상호작용 p=0.04
• Morishima et al., 2016 · Am J Physiol Heart Circ Physiol 311(1):H177–182 — 11명·3시간 착석, 한쪽 다리 1분/4분 간헐 움직임. 혈관내피기능 대조 다리 4.5→1.6%(p=0.039), 움직인 다리 3.7→6.6%(p=0.014)
본 글은 일반 건강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가만히 있을 때 다리에 불쾌한 느낌이 생겨 움직이지 않고는 견디기 어렵거나 저녁·밤에 심해진다면, 습관이 아니라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별도 문제일 수 있으니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